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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학부생 생존기 - 3. 번외편 - 기숙사

루루루 0 281 04.08 05:21
quelle: freepik

이번엔 학교생활의 질과 가장 밀접한 요소인 기숙사에 대해 말해볼까 합니다. 이번편은 문과, 학부생 테마랑은 거리가 있어서 번외편이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사실 '집'은 유학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지친 정신을 누이는 유일한 안식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방인으로서 하루를 살아내고 나면 집에서의 휴식은 내일을 위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필수적인 공간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신뢰할 담보가 없는 홀홀단신의 이방인에게 집을 선뜻 내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기숙사만큼 참 고마운 곳이 또 없습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기숙사가 너무 그리워서 그만.. 베를린같은 대도시에서는 사실 학생들도 기숙사를 구하기 힘듭니다. 몇학기를 기다린 후에야 간신히 입주할 수 있고 거주할 수 있는 기간도 제한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프라이부르크에서는 1년밖에 머무를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공부했던 라이프치히에선 전혀 달랐습니다. 좋은 쪽으로 말이죠.

1. 일단 신청을 하면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바로 방이 나옵니다. 그만큼 기숙사의 수용능력이 높습니다. 제가 올해 3월까지 7학기를 살았는데 주변에서 기다렸다 들어온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2. 몰랐는데 다른 도시보다 훨씬 싸더군요. 21크바는 월 210유로, 14크바는 180유로 였습니다. 모든 비용 포함입니다. 지금은 좀 올랐을지도 모르겠네요.

3. 인터넷이 포함 안되어 있는 도시도 있다고 들었는데 라이프치히는 월 300기가를 추가요금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4. 2인 1실이 일반적이고 1인실도 많습니다. 1인실은 좀 경쟁이 있긴 합니다. 2인 1실은 21크바, 14크바 방이 붙어 있고 주방과 화장실을 함께 쓰는 WG형식입니다. 매력적인 부분은 신청할 때 2명이 함께 살고 싶다고 말하면 같은 공간을 배정해 줍니다. 마음에 드는 사람과 살 수도 있죠. 혹은 기존 룸메가 먼저 이사를 나갔을 경우 그곳에 살고 싶다고 신청을 하면 바로 그 자리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배정은 동일 성별로 하지만 따로 신청할 경우에는 성별이 상관없습니다. 그래서 커플이나 부부가 함께 살기도 합니다. 대신 둘 다 학생이어야 하죠.

5. 거주기간에 제한이 없습니다.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는데 횟수에 대해선 제약이 없습니다. 그냥 졸업할 때까지 살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6. 기숙사들이 모여 있어서 안전합니다. 기숙사들이 도시 곳곳에 있긴 하지만 대형 아파트 형식이고 몇동이 모여 있어서 학생단지를 형성합니다. 가장 큰 곳은 아파트 10개동이 모여있습니다. 덕분에 항상 밝고 활기찬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한편으론 현지 생활을 접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7. 난방이 심하게 좋습니다. 이 부분은 방마다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제 방에서 1년 내내 반바지 반팔만 입었습니다.

자랑 아닌 자랑이 되어버렸군요. 헷. 저한테는 꽤 괜찮은 거주환경이었는데 독일 친구들은 이런 거주형태를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더군요. 실제로 기숙사에 사는 학생 중 독일인보다 외국인이 많아 보였습니다. 제가 아는 독일 친구들 중에서도 기숙사에 사는 친구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전부 일반 WG에 살더군요. 여러명이 부대끼며 사는 걸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면서도 플랫메이트에 대한 불만은 얼마나 많은지..

 기숙사에도 물론 불편한 점은 있습니다. 지저분하거나 무례한 룸메가 배정됬을 때, 위,아래, 옆집에 시끄러운 녀석이 있을 때, 개념없는 학생들이 공공 기물을 파손하거나 더럽게 만들 때, 세탁기가 부족해 비었는지 몇번이나 확인하러 가야할 때 등등.. 이런 문제들은 다시 생각해보니 기숙사의 단점이라기보다는 사람사는 곳에서는 어디든 발생할 수 있겠네요. 아! 제 경험상 가장 큰 문제는 이거 같네요. 나의 허접한 독일어와 외국인 룸메의 허접한 독일어가 만나 카오스시너지가 발생해 아무 소통도 안되는 상황ㅋㅋㅋ 저는 중국, 가나, 파키스탄 룸메들을 겪어 봤는데 그냥 조용한 사람이 가장 편하더군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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